어릴때 돈주고 살 일이 없다고 생각했던 대표적인 제품은 "물"
이젠 너무나도 당연하게 대부분의 집에서 생수를 구입해서 마시고 있는데요
저 개인적으로는 물 만큼이나 돈주고 사먹을 일은 없을거라 생각했던 외식 메뉴가 김치가 들어가는 요리였습니다
김치찌재, 김치찜, 김치볶음밥 같은 메뉴였어요
김치라는 재료는 집 냉장고를 열면 항상 있는 재료이기 때문에 집에 딱히 먹을게 없을때 무난하게 해먹을 수 있는 메뉴이지 굳이 밖에서 사먹는 메뉴는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당시 우리집은 시골집에서 온 가족이 다같이 김장김치를 만들었는데 그렇게 만든 김치를 쟁여두고 아주 오래오래 먹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김장을 담그는 것은 부모님 세대에서 끝나버렸고 우리세대로 내려와서는 아무도 담그지 않게 되었습니다
나이드신 부모님 할머니가 열심히 자식들 먹을것까지 만드셨지만 이제 더이상은 힘들어 이제 김치를 담그지 않겠다고 하셨어요
저도 딱히 김치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던지라 별 감흥이 없었는데요
사람마음이 왜 이리 갈대 같은지
김장김치가 냉장고에 미어터지게 있을때는 안먹더니만 막상 없으니 자꾸 생각나고 먹고 싶고..
그래서 결국 김치찜을 배달시켜서 먹었습니다
세상에.. 오래살다보니 이제 김치찜을 배달해서 먹고 있네요
먹고 싶다고 생각한것도 놀랬지만 이걸 주문해서 먹는것도 놀라운 어른이입니다
그런데 김치찜을 배달하려고 가게를 검색해보니 김치찜은 전문점이 많은 편이더라고요
왜 김치만 할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맛을 보니 알것 같습니다
진짜 제대로 만든 시큼한 신맛이 사르르 올라오는 김치찜 맛이 아주 제대로 였어요
집에서 해먹을때는 거의 끝물에나 먹을 수 있는 잘 익다못해 쉬기 직전의 맛
여태까지 먹은 김치찜은 그냥 빨간 배추찜이였어요
부드러운 목살까지 들어간 김치찜은 밥을 끝도없이 들어가게 했습니다
그리고 굳이 달걀 한판 가격으로 추가금을 내고 주문한 계란말이
나도 알고 너도 알도 우리 모두가 아는 바로 그맛인데 왜 이리 맛있는걸까요
김치와 계란
이 평범하기 짝이없는 조합이 얼마나 맛있는지.. 역시 저는 뼛속까지 한국인 인가봐요
30년동안 부모님이 열심히 김장김치를 만드는 것을 보아왔으면서도 배달 김치찜을 먹고서 이제야 김치 맛을 알게된 못난 자식
이제 나이가 나이여서 그렇게 느끼는 걸까
이제 제가 김치를 해서 부모님께 해드려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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