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손에 이끌려 처음으로 멕시코요리를 먹으러 갔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홀리오라는 이름의 멕시코요리 전문점이었는데 웨이팅도 길게 있어서 한참을 밖에 서서 기다리다 지쳐 아무거나 먹고싶다는 생각이 들때 즈음에야 겨우 들어갈 수 있었던 당시 핫했던 요리
연신 맛있다고 대박이라고 말하는 친구 앞에서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꾸역꾸역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요
한식과 분식을 좋아하는 저에게 멕시칸은 왠지 밥이 아닌 양이 엄청 많은 에피타이저 같은 느낌이었어요
특이 특이한 향이 있고 맵고 짜고 자극적인 양념은 뭔가 내입에는 어울리지 않는 어색함이 있었습니다
평소에 멕시코요리를 먹어 본 적도 없는데 너무 정통 스타일로 먹었던게 오히려 역효과 였던거 같아요
그 이후 저는 멕시코는 나와 맞지 않다며 싫어한다는 말까지 하고 다녔었습니다
나중에 약간은 한국 스타일로 퓨전화 된 멕시칸 요리를 몇번 먹게 되면서 알게모르게 그 맛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는데요
이렇게 친근한 맛으로 서서히 가까워 지다보니 점점 그 맛도 익숙해지고 심지어 맛있다는 생각까지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밥도 간식도 아닌 이상한 메뉴다 라고 생각했던 어색함이
이제는 밥을 먹으면서 주류와 함께 간단한 안주로도 즐길 수 있는 훌륭한 메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일주일에 한두번은 꼭 먹게 되는 외식 메뉴가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메뉴는 또띠아볼입니다
고기와 채소, 콩, 라이스가 들어가고 과카몰리, 살사, 사워크림이 들어간 샐러드 느낌이 나는 메뉴에요
뭔가 멕시코요리 스럽지 않은 후레쉬함이 있으면서도 고기와 밥이 들어 있어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간편식 느낌입니다
심지어 집에서 해 먹기에도 간편해서 가끔 토마토소스와 사워크림만 사다가 느낌만 비슷하게 해서 해먹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 먹을 수 있는 멕시코요리는 사실 재료가 다 거기서 거기여서 어떤 조합으로 먹을 것인가에 따라
또띠아가 되기도 하고, 타보가 되기도 하고, 브리또가 되기도 합니다
내용물 구성은 다 비슷하거나 같아요
그러다보니 실제로 멕시코에서는 어떤 요리를 주로 먹을까 궁금해 졌어요
정말 우리가 아는 것처럼 타코와 화이타를 주로 먹을까?
멕시코요리중 추천하는 것을 안내하고 있는 사이트를 찾았습니다ㅎㅎ
그런데 여기에서 소개하는 요리중에는 정말 생소한게 많더라고요
1. TAMALES
2. BIRRIA
3. CARNITAS
4. MOLCAJETE MIXTO)
5. MOLE
6. TACOS
7. ENCHILADAS
8. CHILAQUILES
9. BURRITO
10. ARROZ CON LECHE
타코와 엔칠라다, 브리또 말고는 다들 처음보는 생소한 이름
역시 한두가지 요리만 맛보고 그게 그나라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안되겠지요
우리나라에서도 모든 사람들이 매일 불고기와 김치를 먹는건 아니니까요
그런데 어떤 요리인지 하나하나 검색해보니 스페인요리와 비슷하거나 같은 요리가 많더라고요
멕시코는 오랜기간 스페인의 지배를 받아 언어도 스페인어를 주로 쓰고 문화적으로도 스페인의 영향은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비슷한 느낌의 요리나 식재료를 사용한 메뉴들이 많은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스페인과 멕시코의 관계가 좋을리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스페인사람이 멕시코를 발견하고 방문했을때,
두팔 벌려 환영한 멕시코 원주민을 학살하고 식민지로 만들어 자원을 수탈해 갔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잡미묘한 감정은 남아 있지만 나름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두나라가 참 신기합니다
멕시코는 여러모로 한이 많을 것 같은 나라인데요
아주 오래 전에는 스페인에서 많은 것들을 빼앗기고 식민지 시절을 보낸데다가
이후에는 미국에게 많은 땅을 빼앗기는 처지가 되어버린 멕시코를 생각하면..
그래서 그런지 멕시코의 음식을 먹을때면 참 술이 땡깁니다(??)
멕시코 음식이 술과 잘 어울리는건 이 한 때문이야! 라고 우기면서
대낮에 멕시코요리를 배달시켜 맥주와 함께 먹고, 하루종일 낮잠을 자다가 눈 뜨니 새벽이라 순간적으로 밀려오는 허무함에 남기는 글입니다....
'평범한 일상들 > 음식중독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닭가슴살꼬치 트레이더스에서 사보았다 (1) | 2021.08.18 |
---|---|
김치찜을 돈주고 사먹다가 효심 뿜뿜 (0) | 2021.04.05 |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이 맛이 없었던 이유 (0) | 2021.02.16 |
물 대신 마실 수 있는 차의 종류 보리차 옥수수차 허브차 등등 (0) | 2021.01.13 |
잡곡밥을 맛있게 먹으려면 그 균형이 중요하다 (0) | 2020.1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