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아이에게 처음으로 초코과자를 사주었습니다. 마트에서 과자 코너를 서성이며 뭘 골라줄까 고민하다가, 나도 모르게 손이 간 건 오예스였습니다. 초코과자가 이렇게나 많은데 왜 하필 오예스를 집었을까요. 잠깐 멈춰 서서 생각해보니, 저에게 오예스는 그냥 초코과자가 아니었어요. 뭔가 자연스럽게 마음이 끌리는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초코파이보다 오예스를 더 좋아합니다. 초코파이는 둥글고 폭신한 느낌이 좋지만, 오예스는 다릅니다. 사각형 모양이 주는 묘한 안정감이 있어요. 손으로 쥐었을 때 딱 맞는 크기와 형태가 마음에 듭니다. 다른 초코과자들은 대체로 둥글거나 길쭉한데, 오예스는 그 독특한 사각형으로 제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부드러운 식감이 좋아요. 한 입 베어 물면 초콜릿 코팅이 살짝 깨지면서 크림과 케이크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그 느낌. 딱 달지도 않고, 그렇다고 싱겁지도 않은, 적당한 달콤함이 입안에서 퍼질 때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어릴 적에는 과자를 자주 먹지 못했어요. 지금처럼 마트에 가서 원하는 걸 골라 담는 일은 상상도 못 했던 시절이었죠. 제가 여섯 살 때였나, 부모님이 신도시 아파트 분양에 당첨되셨습니다. 그때는 참 기뻤어요. 반지하 단칸방에서 벗어나 방이 여러개 있는 새 집으로 이사 간다는 게 어린 저에게도 설레는 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기쁨 뒤에는 부모님의 고단함이 있었습니다. 분양금을 마련하느라 집안 사정이 넉넉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늘 아껴 쓰고, 아빠는 더 열심히 일하셨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부모님 나이가 지금의 제 나이보다도 어렸어요. 그래서인지 과자는 저에게 사치스러운 간식이었어요. 가끔, 정말 가끔 엄마가 오예스 한 봉지를 사 오시면 그날은 축제 같았습니다. 박스도 아니고 하나 였었는데 말이에요. 그때는 과자를 먹을 기회가 드물었기 때문에 더 맛있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오예스를 손에 들고 포장을 뜯는 순간부터 행복했어요. 초콜릿 냄새가 코끝을 스치고, 한 입 먹으면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그 맛.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감정이 생생합니다. 지금은 원하면 언제든 과자를 사 먹을 수 있지만, 이상하게도 그때만큼의 감동은 없어요. 어릴 적 그 소중함이 있었기에 더 특별했던 걸까요.
그런데 오늘, 제 아이에게 처음으로 사주는 초코과자가 오예스라는 게 묘하게 마음을 울립니다. 딸아이 손에 오예스를 쥐어주고, 작은 입으로 오물오물 먹는 모습을 보니 갑자기 가슴이 따뜻해졌어요. 잘 먹는 아이를 보니까 어릴 적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엄마가 과자를 사 오시던 날, 저도 이렇게 신나게 먹었겠죠. 그때 엄마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저를 보며 미소 짓고 계셨을까. 문득 엄마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딸이 오예스를 먹으며 웃는 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어요. 여섯 살의 아무것도 모르고 가끔 먹는 오예스를 손에 쥐고 행복해했죠. 그 시절 부모님은 힘들었을 텐데, 저를 위해 애써 웃으셨던 것 같아요. 지금 제가 딸에게 오예스를 주며 느끼는 이 마음이, 그때 엄마가 저를 보며 느꼈던 마음과 비슷할까요. 아이가 잘 먹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저는 딸에게 오예스를 주면서, 지금의 저보다도 어렸던, 그때 저의 부모님에게 작은 위로를 건네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어요. 앞으로도 딸과 함께 오예스를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딸이 커서 이 과자를 먹을 때마다 저를 떠올리면 좋겠어요. 제가 엄마를 떠올리듯이요. 오늘은 오예스 한 조각이 저를 추억 속으로 데려가고, 또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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